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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불러 일으킬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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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님평화 작성일15-09-09 08:36 조회4,1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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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지금껏 보전가치가 높아 개발이 불가능했던 산림지역을 훼손하고 난개발을 조장할 수 있는 다수의 독소조항들을 품고 있다. 산악관광·개발 사업 때 이 법안이 다른 법안보다 우선 적용되고, 27개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각종 인허가 절차도 이 법을 통해 통합하고 간소화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가히 만사형통식 ‘특별법’ 성격이 짙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승인 후 ‘백두대간 위기론’이 불지펴진 상황에서 정부가 산악관광 진흥 명목으로 산림 보호장치의 마지막 빗장마저 풀어버린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 법안이 몰고 올 논란의 핵심은 ‘산악관광진흥구역이 지정·고시된 경우 기존 산림관리·보전지역에 대한 법률의 행위제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27~33조이다. 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보호구역은 요존국유림(생태계 보전·상수원 보호를 위해 보존할 필요가 있는 국유림), 산지관리법이 정한 보전산지, 농지법상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법상의 보호지역, 군사기지·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등이다. 보전가치에 무관하게 대부분의 산지를 개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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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 함백산 일대가 2008년 서학레저단지 조성 공사 때문에 크게 훼손돼 있다. 해발 1100m 산지에 스키장과 골프장 등을 지은 이 리조트는 개장 2년째에 영업 중단 위기를 맞았으며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기존의 산림법체계가 산림 보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성과를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산림 개발을 통해 확보될 수 있는 공익과 산림 개발 과정에서 파괴되는 공익의 엄격한 비교를 통해 개발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각종 인허가를 (이 법으로) 의제 처리하는 제도 도입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이나 대형사업자가 중심이 될 민간투자자에게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환지개발 방식을 허용한 점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각종 조세와 개발부담금·농지보전부담금 등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부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과도한 특례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골프장처럼 공익성이 낮은 지역개발 사업을 하는 민간사업자에게 토지 수용권을 준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의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녹색연합의 배보람 활동가는 “정부 입법안은 대기업에 핵심보전지역을 포함한 국가 산림을 넘겨주는 사실상의 산림민영화 법안”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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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은 산악관광진흥구역을 시·도지사 신청에 따라 문화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하고, 구역 지정 여부를 의결하는 산악관광진흥위원회 구성 권한도 문화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더라도 산악 개발 구상이 잡히면 정부 입맛대로 위원회를 구성해 산악관광진흥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녹색연합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화부의 내부 보고서(자연친화적 산지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구축 연구안)를 보면 산악형 호텔, 산악형 콘도미니엄, 레스토랑, 카페 등을 의무적으로 산악관광특구 내 시설에 포함시키도록 제시하고 있다. 또 기존 유사사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유람선·산악열차·케이블카 등 다양한 접근 수단과 산악스포츠·오토캠핑장 등의 레저시설을 설치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한 설악산 내 호텔·레스토랑·레저시설 설치안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위해 산림에 걸려 있는 빗장을 대거 풀고 난개발을 허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화부 보고서는 산악관광특구 위상을 공원구역 내 기존 용도지구와 달리 별도의 지구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넣고 있다. 녹색연합은 “산악관광특구를 공원구역 용도지구와 별개의 지구로 규정할 경우 자연공원법 통제를 받지 않고 이 법을 무력화하는 개발이 가능해진다”며 “현재의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공원 관리 정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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