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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 여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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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리빛 작성일19-12-30 11:12 조회1,0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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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 거대한 용과 싸우는 태양의 옷을 두른 여인, 1800년경, 수채화,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1827)의 직관력과 독특한 재능으로 기억이나 환상 속의 이미지를 놀랍도록 정확하고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한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물결 모양의 윤곽에서 느껴지는 율동적인 생동감, 위풍당당한 단순함을 지니여, 특이한 형상과 독창성을 지닌 몸짓으로 극적인 효과를 드러낸다. 이 작품은 크게 두 팔을 뻗어 절박한 처지에서 뱃속의 아이를 보호하려는 여인과 강한 단축법으로 묘사된 반인반수의 괴물이 위협하는 모습으로 분리되어 있다. 지그재그식으로 비추는 섬광과 태양의 둥근 곡선 이미지는 중세 선악의 이분법 개념을 지닌다.

 

(* 이 전의 원고대로 옮깁니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처음이요 마지막, 시작이요 마침, 알파요 오메가이신 주님(묵시 1,8.18; 21,6; 22,13 참조)은 찬미 받으소서!

호기심과 설렘으로 시작하여 3년 동안 성경 속 여성들과 만나면서 저는 늘 싱그러운 기쁨을 느꼈고, 성경의 인물들과 더욱 친밀해지게 되었습니다. 성모님과 함께 시작했던 글을 이제 마무리하면서,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 12장을 펼쳐봅니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이 열리고, 성전 안에 있는 하느님의 계약의 궤가 나타나면서,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과 지진이 일어나고 큰 우박이 떨어진(묵시 11,19)후에,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한 여인이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쓰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 여인은 임신 중이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12,1-2).

 

이 여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교부들의 가르침과 여러 교회의 전례서, 성화聖畵 전통을 통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여인을 성모 마리아로 여깁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성경 주석가들은 여러 이유를 내세워 이 여인을 마리아로 동일시하기를 주저하고, 중심 메시지에 연결된 하나의 은유로 간주합니다. 실제로 이 여인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수세기를 걸쳐 성경 전체를 통해 무척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유난히 다양한 성경 자료가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여인의 정체에 대한 연구는 여러 다른 관점(역사, 언어학, 신학 등)아래 다양한 교의(교회사, 마리아론, 그리스도론, 신화와 종말론 등)에 따라 전개되어, 12장에 관련된 논문은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입니다. 갖가지 풍부한 가설이 소멸되지 않고 계속 제기되며, 그 가운데 여러 해석은 한 목소리로 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일으킵니다(각주1)

 

이 여인으로 우선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은 인류의 어머니로 불리는 하와입니다. 여인과 대립적 표징으로 나타난 용(3-4)은 늙은 뱀(9)으로 창세 3,15와 직접 일치합니다. 하와의 고통스런 해산을 통하여 출생되는 후손이 뱀과 투쟁하여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표징으로 나타난 여인은 다시 태어난 하와로, 그 여인은 죽음도 감히 지배할 수 없는 새로운 피조물 가운데서 맏이를 세상에 잉태하게 될 때 마지막으로 고통과 신음소리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통 주석가들이 말하듯이 저자가 마리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표징을 새 하와이신 마리아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수의 어머니이신 그 여인은 카나의 혼인잔치(요한 2)와 십자가 밑에 현존으로(요한 19,25-27 참조) 역사상 중대한 사건의 핵심임을 드러내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선사된 영원한 승리를 표징하는 여왕이심을 찬미합니다

 

한편, 이 여인은 한 여자에게 한정되지 않고 하나의 표징으로 전체를 상징하고 있다고도 봅니다. 구약성경과 유다계 문헌에서 백성을 여성으로 의인화하는 일이 많았고,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야훼의 신부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여인은 하느님께서 신랑이 신부를 선택하듯이 그렇게 선택하셨던 이스라엘 곧 시온, 새 예루살렘이기도 합니다(이사 54,5; 호세 2,21-25 참조). 또 예언자들은 특별한 소명의 길을 걷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해산의 진통에 비유하여 왔습니다(이사 66,7-9; 미카 4,10 참조). 천상적이고 우주적 장식으로 단장한 아름다운 이 여인(아가 6,10 참조)이 낳은 아들은 메시아로 이해됩니다. 5절에서 그는 시편 2,9의 메시아 예언을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17절에서 보면 이 여인에게서 메시아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태어납니다. 여기서 여인은 그리스도를 탄생시킨 하느님 백성, 곧 교회를 상징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구체적으로 요한 묵시록의 저자에게 그 여인은 큰 환난 시기에 역사 속에서 하느님의 계획에 비추어 예언을 하고, 인내와 지혜로써 저항하는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요한 16,21 참조). 천상 교회와 지상 교회는 박해의 고통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그 여인과 교회를 지상의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 줄곧 양육하고 보호하고 구원하십니다(묵시 12,6.14 참조). 신부인 교회는 거룩하고 사랑스러우며 사랑할 능력을 갖춘 교회가 되어 모든 박해를 이기며 더럽혀지지 않은 도성, 새 예루살렘이 될 것입니다(21장 참조). 이것이 묵시록의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종말론적으로 완성된 교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또 이 여인을 성령과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호크마)와 그리스어(소피아)에서 여성형인 지혜는 의인화되어 인격체로서 자신을 드러냅니다(지혜 7,22-30; 묵시 14,13 참조). 이 지혜를 성령의 예형으로 인식하는 맥락에서, 어떤 학자들은 큰 표징이 바로 여인이었음을 주목하여 그를 성령으로 해석합니다(각주2)  초월적 신의 힘을 나타내는 성령은 인간 역사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결국 그리스도께 속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세상에 파견된 성령(5,6)은 교회에 항구히 말씀하시며(2,7.11.17.29; 3,6.13.22) 신부의 사랑을 가지고 교회에 생기를 부어 주시며, 종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십니다(22,6).

 

성경의 마지막 축복말씀으로  이 빛의 여정에 함께했던 글벗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22,21).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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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1)

Ugo Vanni, L'Apocalisse-ermeneutica, esegesi, teologia, SRivBib 17, Bologna(1988) P. 227;

Farkaš,P., La donna di Apocalisse 12. Stiria, bilancio, nuove prospettive, PUG, Roma 1997. 참조.

각주2)

A. Carr, Grazia che trasforma. Tradizione cristiana ed esperienza delle donne, Brescia 1991. 224;

E. S. Fiorenza, Gesù figlio di Myriam, profeta della Sofia, Torino 199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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