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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넘 부끄러워(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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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4-01-03 08:54 조회2,05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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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너무넘 부끄러워
 
                                                                                                    - 박춘식
천사가 하느님의 시간을 나누어준다

새해를 받으려고

하늘의 달력 앞에 줄지어 섰다
―넌 어떻게 얼굴이 없느냐

너무넘 부끄러워 집에 두고 왔습니다
―그래도 하늘 달력을 받겠느냐
……
집에 돌아와 머리를 목에 얹고 달력을 본다

겨우 걸음마를 배울 때

그때 그만 흙으로 변했어야 할 내가, 오늘

큰 죄인이 되어 하느님의 시간을 조심스레 잡는다

추루한 흔적들을 눈물이 먼저 알아보고

줄줄 솟아 달력을 닦는다

매일 이천 번, 매일 열네 번 주님께 읍하면서

새해에, 어두운 발자국 박박 지우고

붉은 사막의 순례 길을 우득우득 걷고 싶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12월)
 
지나간 날을 생각하면 후회와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죽을 때까지 모든 기도를 보속으로 바치라는 하늘의 말씀을 잊지 않으면서, 겸손과 기도를 위하여 매일 흙가루를 만지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새해가 없고 참회로 기도하는 날만 달력에 가득합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댓글목록

굴렁쇠님의 댓글

굴렁쇠 작성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