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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산나, 진실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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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4-04-08 10:52 조회3,8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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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산나, 진실의 승리
  김연희 글라라 수녀(예수수도회 교육센터)
 
 

수산나와 두 원로
 
캡션 : 수산나와 두 원로, 1616, 캔버스유화, 146.6×116.5cm, 국립미술관, 런던
 
루도비코 카라치(Ludovico Carracci 1555~1619)그림에서 두 원로는 왼쪽 상단에,
수산나는 오른쪽 하단에 자리하고 있어, 여인이 수세에 몰린 상황임을 알게 한다.
전경에 위치한 원로는 왼손을 수산나에게 펼쳐 보이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왼손은 바르지 못한 제안을 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또 한 노인은 수산나의 몸을 가린 천을 끌어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어두운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그 역시 불미스러운 행동을 요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에 수산나는 이들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으며, 시선을 하늘로 향하고 있다.
이것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그분의 뜻에 온전히 맡기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위쪽 배경에 있는 분수의 상도 어린소년상을 뱀이 휘감고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에 얽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림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분수의 한쪽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위로부터 사건을 해결하는 희망의 빛이 옴을 예시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재판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사회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법정에 있는 판사, 변호사와 피고인을 기괴한 형상과 음울한 색상으로 표현한 조르주 루오의 초기 작품 <피고 L'Accuse>를 대전 시립 미술관에서 눈여겨보았습니다.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무표정의 추하고 거친 모습의 인물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사람이 진정 누구이며, 죄인이 정말 누구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루오는 보이는 현실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숨겨진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사회를 풍자하는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의 진실성과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였습니다. 성경을 즐겨 읽었던 종교화가 루오, 그의 독창적인 여러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전시관을 옮겨 가면서 더욱 깊은 영성으로 승화된 그를 만나 보도록 독자 분들을 초대합니다.1)
 
2경전으로 다니엘서에 포함된 수산나 이야기(다니 13장 필독)에서 우리는 재판 장면을 만납니다. 그해의 재판관으로 임명된 두 원로가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된 수산나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회중은 일방적으로 그들의 말을 믿었고 수산나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평결을 내립니다(28-41절 참조). 
 
 
,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그때에 수산나가 큰 소리로 기도하였습니다. “,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이자들이 저에 관하여 거짓된 증언을 하였음도 알고 계십니다. 이자들이 저를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42-43). 거짓과 불의의 올가미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진실을 아는 분은 오직 영원하신 하느님 한 분뿐이심을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수산나의 탄식에 찬 이 애소哀訴를 들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에 젊고 지혜로운 다니엘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일깨우십니다(45절 참조). 하느님의 영이 다니엘 안에서 활동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나의 심판자이시다.’ 혹은 하느님께서 심판하신다.’라는 뜻의 이름인 다니엘이 중재자로 나선 것입니다.
 
다니엘의 지혜는 그의 신문訊問 방법, 즉 재판 방법에 있지 않습니다. 이는 부당한 판결에 대해 그 어떤 변론도 할 수 없는 약자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공평성에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 여러분, 여러분은 어찌 그토록 어리석습니까? 신문을 해 보지도 않고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어찌 이스라엘의 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가 있습니까?”(48)라고 말하는 다니엘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위증과 권력자들의 폭력을 밝혀내십니다.
 
또한 수산나(백합, 나리꽃이라는 뜻하는 히브리 말 슈산을 음역한 것)의 결백과 하느님을 경외하고 전적으로 신뢰했던 그의 신앙을 드러내십니다. 인간의 법정에서는 침묵을 강요받으나, 죽음에 처한 절박한 순간에 수산나가 하느님께 향해 외침으로써(시편 130참조) 하느님 정의의 빛은 진실의 승리를 안겨줍니다. 거짓과 위선들은 스스로 파멸의 길로 치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둠의 세력은 빛을 이기지 못하고 빛이 있는 그곳에 정체가 드러나고 맙니다.
 
두 원로는 수산나의 미모에 흠뻑 빠져서 욕망이 빚어내는 모든 육의 행실을 보여주었고(갈라 5,17-21 참조), 불의를 저지르려는 그들이 꾸며낸 그 방식대로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신명 19,16-21 참조).
 
자신의 몸을 하느님의 궁전’(1코린 3,16-17참조)으로 거룩하게 지킨 수산나를 통하여 온 회중은 하느님의 의로운 판결을 칭송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 당신께 도움을 청하는 무죄한 이들을(42-43. 60절 참조) 결코 저버리지 않으시고 구원해 주심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산나의 신앙과 용기는 유다인들의 본보기 되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산나의 이야기에서 진리와 선함과 아름다움은 결코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의 일치를 향한 성스러운 가치들임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인간의 욕망, 작은 오해 등으로 진실이 왜곡되는 일들 뿐 아니라, 세상의 법정에서 치러지는 재판들로 부당하게 희생되는 예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신다.”(요한 16,8)고 가르치시며 우리가 성령 안의 삶을 살도록 이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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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세기 미술의 거장 루오전2006.5.4~8.27에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인간의 참모습을 그린 화가로, 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로 알려진 조르주 루오(1871~1958)의 회화 90여점과 판화 60여점이 한국 최초로 공개된다(http://www.rouault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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