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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모세를 지킨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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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리빛 작성일16-02-10 08:14 조회3,5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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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 모세의 발견, 1651, 캔버스에 유채, 116 x 178 cm, 국립 미술관, 런던, 영국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이 성화주제의 모세 안에서 구세주의 예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 이집트 신전과 이교도 신들을 숭배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파라오의 딸과 여인들이 죽음으로부터 구출된 모세를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림 중심에 오른 손을 들고 있는 아기는 마치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받는 예수님처럼 보인다. 오른쪽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여인은 아마 모세의 친어머니로서 사건의 전모를 독자에게 알리며 미래의 희망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모세를 지킨 여인들
예수수도회 김연희 클라라 수녀(예수수도회 교육센터)

 
어느 날 저녁, 갑작스럽게 한 친척이 전화를 걸어 출산 예정일보다 앞서 아기가 태어났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양수가 터져 아기의 생명이 위험하게 되어 제왕 절개 수술을 했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산모와 태아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수를 새삼스럽게 떠올렸고, 생명과 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원천과 기원은 물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첫 장에서부터 하느님의 영이 감도는 심연(창세 1,2 참조)으로 물의 존재를 언급하고, 마지막 장에는 새 하늘과 새 땅에 흐르는 생명수(묵시 22,1.17 참조)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존재의 근거와 생명력을 지닌 물에 대한 통찰은 삶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숙고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탄생부터 물과 긴밀히 연결된 인물로 우리가 잘 아는 모세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위대한 소명을 수행했던 모세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무심결에 우리의 시선이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여인들, 생명의 지킴이로서 모세를 죽을 위험에서 구출하였던 여성들을 살펴봅니다.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
제일 먼저 산파 시프라와 푸아(탈출 1, 15-21참조)를 만나게 됩니다. 탈출기를 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손이 번성하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고, 그 이유 때문에 파라오의 박해를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박해는 강제 노동과 산파들에게 내린 남아 살해 명령으로 이어집니다. 산파는 이집트에서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의 하나였습니다. 산파들 가운데 아름다움찬란함의 뜻을 지닌 두 여인의 이름이 나옵니다. 히브리인의 아들들을 죽이라는 임금의 계략은 오히려 현명하고 지혜로운 두 산파의 변명에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생명의 근원이 하느님께 있기 때문에 이를 존귀하게 여기고, 인간의 왕인 파라오의 명령보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잠언 1,7; 9,10 참조)으로 아기들을 죽음에서 살려냅니다. 하느님께서는 산파들이 이렇게 주님을 경외하는 것을 보시어 그들을 잘 돌봐 주시고 가정에도 큰 축복을 내리십니다.
 
모세의 출생 이야기는 파라오가 히브리 백성에게 내린 남아 살해의 명령, 즉 죽음의 세력이 드리워진 더 극한 상황 속에서 전개됩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이 겪는 고난의 절정에서 구원의 새로운 빛이 비추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장에서는 부모의 이름은 명시되지 않고, 후대 전승에서야 아버지는 레위의 손자인 아므람으로, 어머니는 요케벳(탈출 6,20; 민수 26,59 참조)으로 소개됩니다. 숨겨 키웠던 아이를 왕골 상자에 넣어 강가의 갈대 사이에 띄우는 어머니의 행위는 단순히 절망 속에서 이제는 버릴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또 막연한 기대감으로 자식을 살리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만은 아닙니다. 학자들은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냅니다. 하느님의 크신 자비의 손길을 희망하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예감하고 인식했던 어머니의 확신 있는 행동으로 여깁니다. 히브리 원문 표현을 지적하면서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탈출 2,4)아기의 누이 역시 장차 일어날 구원의 사건을 기다리는 믿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각주1)
 
파라오의 딸, 공주(탈출 2,5-10 참조)에 의해 아기가 물에서 건져지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막강한 권력자 파라오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비천한 히브리인의 버려진 아기를 받아들이는 공주의 연민은 아버지의 폭력과 대조를 이룹니다. 생명을 돌보는 여인의 사랑은 인종을 넘어서서 불의를 이겨내는 힘과 용기로 드러납니다.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탈출 2,10)하면서 주운 아기의 이름을 모세라고 지어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물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모세의 소명을 암시하는 이름을 이집트 여인이 지었다는 사실은 매우 특이한 점입니다. 그래서 모세 출생 이야기는 모세라는 역사적인 인물이 고대 이스라엘의 전승 안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된 다음에 비로소 생겨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각주2)
 
모세의 아내가 된 치포라(탈출 2,21-22 참조)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안 사제 집안의 딸 치포라는 미디안 족의 모계문화 전통에서 자라난 주체적 여성이었으리라 믿습니다. 40여 년의 미디안 광야에서 결혼 생활을 한 치포라는 궁중에서 성장한 모세가 진정한 히브리인으로 태어나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파라오에게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여성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각주3)
이것은 탈출 4,24-26의 돌발적인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점이 모호해서 원문에 따라 정확한 주석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아들에게 할례를 행한 주체가 다름 아닌 치포라입니다. 기지에 찬 그의 민첩한 행동은 광야에서 위험하고 어려운 생활을 잘 이끌어 온 아내와 어머니로서 모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죽음의 세력이 뒤덮인 상황에서도 생명을 지키고 보살핀 산파들, 어머니 요케벳 , 파라오의 딸과 치포라를 깊이 있게 묵상하면, 죽음의 문화가 설치고 있는 오늘날, 여성들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줄 것입니다. 짙게 그늘진 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생명의 지킴이로서 꿋꿋하게 살아가도록 지혜와 용기를 불어 넣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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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김이곤, 출애굽기의 신학, 한국신학연구소, 1989, 24쪽 참조.
2) M. Noth, 출애굽기, 한국신학연구소, 1981, 33쪽 참조.
3) 김정수, ‘모세의 광야생활의 동반자-십보라-’,새롭게 읽는 성서의 여성들,대한기독교서회, 1994,9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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