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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스바여왕, 지혜를 추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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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리빛 작성일16-03-04 11:09 조회29,0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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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여왕, 지혜를 추구하여 
예수수도회 김연희 클라라 수녀(예수수도회 교육센터)
 
캡션 : 스바여왕의 거룩한 나무 경배와 솔로몬 왕과의 회견, 1455년경, 프레스코화,
                                  336 x 747 cm, 성 프란치스코 성당, 아레초, 이탈리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Piero della Francesca 1416/7~1492)는 아담의 죽음부터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이르기까지 <성 십자가 이야기>에 대한 프레스코 연작을 그렸다. 이 연작은 15세기 르네상스 회화에서 최고의 걸작에 속한다.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풍경, 생생한 일화들이 대칭을 이루는 리듬감 있는 구조와 엄격한 틀 안에서 울려 퍼진다. 연작 가운데 하나인 이 그림에서 스바 여왕은 솔로몬을 만나기 전에 작은 목재 난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이는 훗날 이 나무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쓰이게 되는 것을 예시한다. 고전 건축을 배경으로 만나는 두 왕의 표정과 동작은 절제된 감정과 지성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에 에스파냐를 방문하였을 때, 안내자는 에스파냐 역사에 위대한 두 여성이 있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1492년에 포르투갈 탐험가인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도록 원조하였고, 에스파냐 왕국의 황금시기를 이룩했던 이사벨 1세 여왕과 해이해진 여러 가르멜 수도회를 개혁하고 많은 이들이 완덕의 길을 가도록 이끈 16세기 영성의 대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를 각각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특별히 아빌라 성벽을 돌아보면서, 성녀가 쓴영혼의 성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달으려고 주님께 지혜를 구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번 에스파냐 여정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두 여성을 생각하며, 연상에 따른 단순한 호기심으로 성경에 기록된 여왕을 만나려고 합니다. 지혜를 추구하여 긴 여행을 떠난 스바 여왕입니다(1열왕 10,1-13; 2역대 9,1-12; 마태 12,42; 루카 11,31 참조).
 
내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내가 임금님의 업적과 지혜에 관하여 내 나라에서 들은 소문은 과연 사실이군요.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이제 직접 보니, 내가 들은 이야기는 사실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임금님의 지혜와 영화는 내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1열왕 10,6-7).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향료와 엄청나게 많은 금과 보석을 낙타에 싣고 예루살렘의 솔로몬 왕과 솔로몬 왕궁을 방문한 스바 여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여왕은 남쪽 아라비아에 있는 스바(지금의 예멘)에서 왔으며, 선물만 싣고 온 것이 아니라 명성이 자자한 솔로몬 왕을 시험해 보려고 아주 어려운 질문도 준비하였습니다. 여왕은 자신의 물음에 하나도 막히지 않고 대답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그가 세운 주님의 집과 궁전들을 보고는 넋을 잃을 정도로 감탄하였습니다. 스바 여왕은 솔로몬 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가지고 온 선물을 왕에게 바쳤고, 솔로몬 왕이 준 답례도 받습니다. 여왕은 멀리서 듣기만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직접 보고 감명을 받은 뒤 신하를 거느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이 성경에 소개된 스바 여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의 황금 시기(1열왕 5,4-5 참조)라고 부르는 솔로몬의 통치 시대(1열왕 5,1 참조)는 외국과 무역을 확대해 가던 때였기에, 스바 여왕도 재빠르게 솔로몬 왕과 무역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고대 이스라엘과 아라비아 사이에 중요한 상업적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예수님께서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에게 남방에서 온 여왕이 솔로몬 왕의 명성만을 듣고 그를 방문하여 감탄하였던 일을 상기시키십니다. 여왕은 심판 날에 고발자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 언급에서 복음사가는 솔로몬보다 훨씬 위대한 지혜의 화신(마태 11,19 참조)인 예수님의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이 들으려 하지 않으니, 심판을 면할 길이 없다고 경고하면서 회개를 권합니다.
 
스바 여왕에 대한 구약성경의 간단한 기록은 그 이후 시대가 지나면서 계속해서 첨가되거나 윤색되어 에티오피아의 전설로 굳어집니다. 646년에 완성된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는 스바 여왕의 이름이 '빌키스(Bilqis)'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스바 여왕이 솔로몬 왕을 만난 뒤 태양신을 버리고 이슬람교의 신 알라를 믿게 되었다는 '이슬람판' 이야기로 바뀌어 있습니다. 현재 발굴 중인 예멘 유적지 마람 빌키스 사원에서 스바 여왕이 실존했다는 증거가 드러날지 모른다고 하여 고고학계는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한참 지나 14세기에 익명의 작가들이 쓴 에티오피아의 대서사시인 <케브라 네가스트(Kebra Negast)>라는 전설모음집에서는, 스바 여왕의 이름이 코란과 달리 '마케다(Makeda)'로 나옵니다. 마케다 여왕은 솔로몬의 아들 메넬리크(Menelik)를 낳았는데, 메넬리크는 성장한 후 자신의 아버지인 솔로몬 왕을 보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십계명을 담은 궤를 가지고 돌아와 에티오피아 북부에 악숨 제국을 건국하였다는 전설이 생깁니다. 사실 여왕이 다스린 스바 왕국은 기원전 10세기 무렵 건설됐다고 전해지지만, 실존하는 고고학적 증거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에디오피아를 방문한 사람들은 여왕이 단지 전설적인 인물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지닌 위대한 여성으로, 지금도 에디오피아인들은 그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들의 정신적 기둥으로 삼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지금도 에디오피아 북부에 가면 경건한 수도자들과 깊은 신앙의 유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왕, 스바 여왕에게서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점은 바로 그가 지혜를 찾아 나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솔로몬 왕의 지혜와 왕권이 주님에게서 주어졌다고 확신하였다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1열왕 10,9 참조). 예수님께서는 솔로몬의 지혜와 영화보다 더 영원하고 가치 있는 일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마태 6,29-33; 루카 12,27-31 참조).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가장 갈망하고 있습니까? 어떤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감탄하고 있습니까?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참 지혜를 찾아 나선 이들의 다음과 같은 고백에 귀 기울여 봅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혜를 찾는 이들은 기쁨에 넘치리라. 지혜를 붙드는 이는 영광을 상속받으리니 가는 곳마다 주님께서 복을 주시리라. 지혜를 받드는 이들은 거룩하신 분을 섬기고 주님께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신다.”(집회 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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