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수도회 CONGREGATIO JESU

Ad Majorem Dei Gloriam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 홈
  • Scent of Sharing
  • 말씀향기

말씀향기

13. 빛을 잉태한, 하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3-03-24 11:24 조회4,588회 댓글0건

본문

13. 빛을 잉태한, 하와 
 
김연희 클라라(예수수도회/예수수도회 교육센터/성서신학)
 

빛을 잉태한, 하와
 
<캡션 : 티치아노, 아담과 하와의 유혹, 1565-70, 캔버스유화, 96×75cm, 국립박물관 회화관, 베를린
 
베네치아 출신 티치아노(Tiziano 1488/90 -1576)의 그림에서
하와는 직접 선악과를 따는 것보다는
어린이 모습을 한 뱀에게서 받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유혹과 죄의 출발이 뱀에게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녀의 오른손은 나뭇가지에 의지하고 있고 왼손으로 선악과를 받고 있다.
아담 역시 오른 손으로 땅을 짚고 왼 손으로는 하와를 부축하고 있다.
왼손은 행동이 바르지 못한 것임을 말해준다.
무화과 나뭇잎이 아담과 하와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고 있다.
그림은 범죄 후의 다음 상황까지도 미리 보여주고 있다.
때때로 그림에서는 한 장면에 여러 가지 상황을 함께 담기도 한다
 
 
눈부신 빛을 안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 우리는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 첫발을 내디딥니다. 이 중요한 시작이 바로 지금입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라고 어떤 이가 묻습니다. 아직도 니고데모처럼 다 자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을까?(요한 3,4)’라고 내심으로는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콜로 3,10참조) 나날이 새로워져야 함을 인식하고 갈망합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본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주어진 것을 진실과 순수한 눈으로 있는 그대로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난해에 성서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여섯 여성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이제 한 해 동안 새롭게 만날 성서 속의 인물들을 떠올려 봅니다. 아직은 그들의 얼굴들이 확연하게 보이지 않지만 고유한 체험들을 나눠주기 위해 초대의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만날 그들과의 만남은 빛 속의 만남으로, 빛 가득한 만남으로 이루어지리라고 여겨집니다. 생명의 빛으로 하느님은 한 처음에, 인간을 순수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창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창조를 창조의 절정이라고 합니다.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의 진실한 모습을 만나보겠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 
 
이스라엘 민족은 구원 체험에 대한 원인적 해설을 고대 근동 세계의 다양한 신화들을 이용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으로 진술합니다. 창세기에서 성경 저자는 영감을 받아 인간 실존을 규명하며 인생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창조이야기는 두 주제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어떻게 세상이 창조되었느냐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느님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있느냐입니다. 창조설화는 상징적 언어로 창조의 신비와 생명의 경이를 확인시켜 줍니다. 여기에서의 기본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역사만 아니라 자연의 참된 주인이시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헌 전승(사제계 전승과 야훼계 전승 참조)에서 말하는 이스라엘의 창조 신앙은 그들이 극복해야 할 삶의 현장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유배시대의 암흑가운데 그들은 감동적인 고백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창세 1,1). 탄식과 저주를 내뱉고 싶은 그 어둠에서 하느님의 찬란한 창조의 찬가를 장엄하게 노래합니다. 그리고 정의롭고 거룩한 하느님에 의해서 창조된 이 완벽한 세계에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탄생한 것입니다
 
생명과 빛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빛으로서 살아 있는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존엄한 품위에 동등하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시편 8,4-6 참조). 이제 모든 인간은 본성상 하느님을 닮고자 합니다. 즉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빛은 빛을 향해 가고자 하고 빛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닮은 인간이 역방향으로 갈 때에 깊은 어둠에 속하며, 자연스레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게 됩니다. 마침내 그리스도가 사람이 되심으로써 그분 안에서 구원의 참빛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로마 8,29; 에페 1,6 참조). 자기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한 존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삼위일체적 사랑을 드러났습니다. 그러므로 새 인간은 결국 그리스도를 닮는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남은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요한3,15; 10,10 로마 5,21; 6,23; 참조). 
 
하느님이 마치 작품 제작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예술가처럼 직접 손으로 흙adamah을 가지고 사람Adam을 만드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생명의 숨을 코에 불어넣어주시고 나서야 비로소 생명체가 됩니다(창세 2,7 참조). 사람의 생명은 바로 하느님의 생명의 연장이고 나눔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가장 알맞은 협력자 앞에서 놀라움과 기쁨의 찬사를 외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창세 2,23 참조). 인간이 죄를 짓는 이야기 다음에, 남자ish가 여자ishah를 하와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여기뿐입니다. 하와라는 이름은 살다라는 의미를 지닌 하야hajah’에서 나오는데, 이 이름을 통해 여자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창세 3,20 참조)가 되었음을 제시합니다
 
하느님의 이 놀라운 은총의 선물 안에서 하와에게 주어진 위대한 소명은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와는 이 소명을 완수하였고 자손대대로 물려주었습니다(창세 5,4참조). 그것은 생명이신 빛의 잉태로 이어졌습니다(요한 1,1-18 ‘로고스 찬가참조). 더 나아가 우리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하와는 최초의 여성인 동시에 최초의 어머니였으며 모든 인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자리를 지킬 때 생명의 어머니가 됩니다. 여성의 본분은 생명을 보존하는 것임을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개발되는 생명공학으로 인간 생명에 대한 진리가 위기를 겪고 있고 자연 파괴, 환경오염으로 생태계의 위험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와의 후예인 우리는 하느님께 부여받은 생명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지켜 나갈 뿐이며, 생명을 결코 임의적으로 조작하거나 파괴하거나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합시다.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그리스도(요한 14,6 참조)의 빛을 따르는 자유의 길을 이 새해에도 힘차게 걸으시길(요한 8,31 참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