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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 꿈꾸는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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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3-04-04 11:09 조회2,51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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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는 메라, 꾸는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풍 신부
 
 
 
한 남자가 꿈을 꾸었다. “꿈이 필요한 사람에게 꿈을 선물하고 싶다.” 남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6명의 또래 청년들을 모아 난생처음 아프리카 잠비아로 떠났다. 목적은 단순했다. 난민촌 아이들에게 일회용카메라를 나눠주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게 한 다음 필름을 회수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인화해 다시 보내주고 전시회를 연다.
 
그런데 잠깐, 비용을 따져보니 항공료와 일회용카메라 구입비용만 합쳐도 2천만원이 훌쩍 넘는 일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너무나 무모해 보이지만, 남자와 청년들은 4년째 잠비아를 거쳐 몽골, 부룬디, 라오스, 스리랑카, 차드에서 꿈을 이뤘다. 벌써 서른 번째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의정부교구에서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며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차풍 신부를 만났다.
 
   
▲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풍 신부 ⓒ한수진 기자
 
“처음 잠비아에 도착했을 때 저만 빼고 다들 걱정했어요. ‘카메라를 나눠준다고 아이들이 사진을 제대로 찍어 올까?’ 그런데 저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진이 열 장만 있어도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괜찮다고, 사진을 잘 찍지 못해도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죠.”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아이들에게 각각 한 대씩 나눠준 2천대의 카메라는 놀랍게도 100% 가까이 수거됐다. 2개월 뒤 현상한 사진은 5만 6천장에 달했다. 차풍 신부는 아이들이 찍은 사진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엄청난 보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눠준 카메라가 몇 대든 상관없이 회수율은 비슷했다. 차 신부는 참여도가 높은 것만으로도 감동이지만, 아이들이 카메라로 세상을 보고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사진을 찍어보면 알잖아요. 내가 찍을 때, 찍힐 때, 셀카를 찍을 때 각각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고민을 하잖아요. 그런 기회를 아이들도 가지게 되는 거예요. 혹자는 한번밖에 안 찍는데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어보지만 그렇지 않아요. 한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주변 세계를 나의 관점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요. 한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큰 사건이 될 수 있어요.”
 
 
일회용카메라에 담은 아이들의 꿈과 열정
스스로 삶을 개척할 원동력이 되길
 
꿈꾸는 카메라의 부룬디 여행기를 담은 책 <27컷, 꿈을 담는 카메라>(손은정 지음)에 실린 아이들의 사진은 놀랍다.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의 작품이라 속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멋지다. 똑같은 일회용카메라인데 저마다 자신의 색깔이 담겼다. 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손에 쥔 24장의 필름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사진으로 표현된 아이들의 열정과 꿈, 이것이 바로 차 신부가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능력이 없고 게으르고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실제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안에 꿈이 자라고 있고요. 주변 상황이 척박하고 어려우니 더욱 꿈이 필요한 거예요.”
 
차 신부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원조의 개념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흔히 뭉뚱그려 “불쌍하다”고 표현하는 상황은 사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깡마른 아이의 사진 뒤로는 정치와 경제, 문화,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동정심으로 건넨 빵이 아이의 배고픔을 잠시 달랠 수는 있겠지만 다음 날 아이는 또 다시 배고픈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꿈꾸는 카메라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더라도 언젠가 아이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꿈 말이다.
 
   
▲ 라오스 어린이들이 일회용카메라로 찍은 사진 (사진 제공 / 꿈꾸는 카메라)
 
꿈꾸는 카메라는 한 지역에 최소 3번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화한 사진을 들고 두 번째 방문해 친분을 쌓으면서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첫 방문 때 꿈꾸는 카메라가 여느 원조단체처럼 마을에 건물을 세우거나 식량을 주고 떠날 거라 기대했던 아이들은 다시 사진을 들고 찾아온 이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꼭 필요한 것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은 ‘책’이다.
 
“올해 1월에 차드에 갔을 때 마을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그림책을 나눠줬어요. 해가 어두워진 다음 숙소에 돌아오는데 마을에 하나 있는 가로등 아래로 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 거예요. 뭘 하나 다가갔더니 낮에 나눠준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그 밤에 아이들이 불빛 아래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글을 읽고 있었어요. 아, 다음에는 무조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져와야겠구나.”
 
 
경비 마련하려 적금 깨기도 … “그래도 즐겁다”
 
때문에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팀은 개인 짐을 최소한 줄이고 기증받거나 모금으로 마련한 물품으로 수하물 양을 최대한 채운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 대하는 교사들이 수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 악기 등 교육 기자재를 기증하기도 한다. 전기가 부족한 지역에는 태양열 발전 기구를 설치했다. 물론 이런 일에는 돈이 든다. 비행기로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세 번이나 다녀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따져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경비는 참여한 인원수대로 나눠서 각자가 부담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저는 좀 힘들죠. 다른 사람들은 한 번 가지만 저는 매번 가잖아요. 제가 공동 경비를 마련해야하는 부분도 있고요. 사람들은 제가 신부니까 누가 돈을 주겠거니 하지만 철저하게 제 돈을 다 여기에 써요. 어쩌다 후원자들이 생기면 공동경비나 활동가들 지원비로 사용하고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제몫은 제가 책임지고 싶어요.”
 
차 신부는 작년 한 해에 5번이나 꿈꾸는 카메라 여행을 했다. 지금까지 경비를 마련하느라 적금도 여러 번 깼다. 그래도 어쩌겠나.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인걸. 차 신부를 포함한 꿈꾸는 카메라 실무자 3명은 각자 자기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활동을 이끌고 있다.
 
꿈꾸는 카메라는 즐거움을 해치지 않도록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일이 “빡세지는 것”은 피하고자 한다. 조직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사무실 없이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카페에서 모임을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도 원칙이다. 대신 작은 규모의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에서 기증한 책을 읽고 있는 차드 어린이들 (사진 제공 / 꿈꾸는 카메라)
 
사실 차 신부의 ‘과외 활동’은 꿈꾸는 카메라가 처음이 아니다. 차 신부는 의정부교구에서 고양시 일산동구와 덕양구 지역 전담 사제를 맡은 동안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피델리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올해로 8년째 운영하고 있는 피델리스 오케스트라에는 종교를 불문하고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50명의 청소년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특히 본당 사목을 2년 경험하면서 교회에서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새로운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다보면 언젠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었고요.”
 
 
 
새로운 청소년 문화 활동을 교회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
 
그렇다고 차 신부의 사목활동과 과외활동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차 신부의 목표는 자신의 즐거운 실험이 안정적인 모델이 되었을 때 “가톨릭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현재 피델리스 오케스트라는 의정부교구 산하 사도직 단체로 등록돼 청소년사목국의 관리와 지원을 받고 있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역시 라오스와 차드의 경우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의 자체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교회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예전에는 새로운 제안을 교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교구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제안을 받아들여서 돈을 지원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만약 관리국장이나 교구장이라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꿈꾸는 카메라 차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교구장 주교님이 전시회에 쓸 사진을 고르는 작업에 참여해주셨어요. 언론 인터뷰를 하시면서 본인이 이해하신대로 사진을 설명해 주시는데, 이 일이 왜 필요한지 분명히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감사했죠.”
 
인터뷰를 마치며 차풍 신부에게 새롭게 꾸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차 신부는 꿈이 너무 많다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각 본당에 청소년을 위한 상담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꿈이 하나씩 실현될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꿈을 꾸게 될 거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제22회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서른 번째 전시회를 연다. 꿈꾸는 카메라 홈페이지(www.cumca.co.kr)에서 무료 입장권을 신청할 수 있다.
 
   
 

댓글목록

엄영숙님의 댓글

엄영숙 작성일

귀남 데레사 수녀님!
예수그리스도님 부활하셨네요. 함께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매번 홈피에 좋은 글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글 실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수도회 '홈피'가 더욱 다체롭고 풍요로울 수 있도록 응원 할께요.
기나미 수녀님 아자 아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