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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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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정선 작성일20-02-15 14:44 조회3,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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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온정선 라파엘라 수녀

서해에서 제일 싱싱한 물결, 허리에 두르고 가자.
맨손 맨발 빈 가슴이면 어떠랴! 선운사 동백 실뿌리 적시는
채석강이 눈앞에 멎었다.
떠나간 세월 싣고 오는 포말은 쏴쏴 아는 체를 한다.
나는 이제 신이 나서 단숨에 바다를 껴안고
두 팔을 벌려 긴 해변을 안아 보니
흘러내리는 섬 한, 둘,
아직 해는 수평선 위에 멈춰있고...
화살 같다던 시간도 내 곁에 와 앉는다.
미쳐 못다 한 삶과 만나서 무언가 속삭이며
내 눈치를 살핀다. 해지기전
나는 수첩에 적어 넣어야 한다.
한 켜 한 켜 바위틈에 새겨 논 물결 글씨를
읽을 수 없으니까 여기서 멈춰 버린다. 낙조는 이제 눈부신 수평과
부딪힐 순간...고요의 의미를 깨닫느냐?
거기 빛나는 십자가, 빛이신 예수가 물위로 걸어온다.
나는 이제 춤사위를 멈추고 성호를 그으며 숨을 고르고, 환희의 순간을
맞이한다.
모세의 두 팔은 내려지고 좌우의 수벽은 물결로 닫힌다.
나는 남은 세월을 감사히 받아들고 일어선다.
오! 감미로운 세계여.

2003.    채석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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